[잡담] 스크린쿼터

드디어-라고 쓰면 돌 맞으려나;-스크린쿼터 축소=한미 FTA 체결 협정 시작이 발표되었다.
연간 146일이 73일로 줄었으니 영화계에선 미치고 팔짝 뛸 일이다. 반절이 어디 뉘집 개이름은 아니니까.


한창 왕의남자 잘 나가고-某某 영화처럼 1000만이 들지도 모른다는-요럴 때, 노 대통령은 지난 연두교서에서 한미 FTA 운을 떼었으니 전혀 짐작 못 했던 것은 아닌 바, 그래도 갑자기 반으로 줄이는 건 좀 놀랍긴 놀랍다.

어디를 봐도-_-근데 별로 양측의 입장을 잘 전하는 데가 없는 것 같으므로-특히 인터넷 언론따위;-한 번 정리나 해볼까 한다.



먼저 정부 입장.

FTA가 대체 몇 년 간의 숙원 사업이던가. 9년은 됐지, 아마. 그렇다. 1997년. DJ때네. 아마 내 기억에는 그 때 DJ도 스크린쿼터 때문에 속 좀 썩었었다. 박지원 씨가 그 때 문광부 장관이었는데 역시 그 두 사람은 죽이 잘 맞아서 어떻게 되게 잘 어물쩡 넘기는 훌륭한 스킬을 보여줬지. FTA는 사실 그 당시도 그렇지만 한국한테 좋긴 한데, 아마 DJ는 호남 농민들 못 버렸지 않았나 싶어. 그도 그럴 것이 미국 농산물 들어오면 한국 농민들은 그야말로 죽는 거니까. 쌀개방도 미루고 갖은 수를 다 썼어도 욕 잔뜩 먹는 YS를 벤치마킹했다면 쉽지 않았을 테지.(笑) 아, 이건 순전히 내 추측 내지는-보다는 이쪽이 더 맞겠다-억측.

미국이랑 FTA하면 우선 무엇이 좋으냐.
요건 살짝 전문지식을 훔쳐 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체질과 구조를 바꾸는 작업이다. 정부는 다음달 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 추진 공청회’를 연 뒤, 대외경제장관 회의를 거쳐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 협상 개시를 공식화할 방침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두 나라가 느슨한 단일경제권으로 통합된다. 관세 철폐로 우리 제품의 수출경쟁력이 올라가고, 소비자 처지에선 미국산 제품을 싼값에 살 수 있게 되며, 덩달아 물가도 안정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 수출증대 등으로 일자리도 늘어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99% 늘어나고, 일자리도 10만여개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또 대미 수출은 15.1% 증가하고, 대미 수입은 39.4% 늘어나 무역수지 흑자 폭이 51억달러 가량 줄게 되지만, 상품가격 인하 등에 따라 소비자 후생은 1.73% 가량 향상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 2006년 1월26일 인터넷 한겨레 권태호, 정세라 기자의 기사 중


요건 아마도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저렇게 다 좋게 풀릴지는 미지수지만 어쨌든 이득이 있는 건 확실함.

하지만 바꿔서 생각해볼까.

쌀이 큰 관건인데..
협상 품목에 포함이 되느냐, 되지 않느냐다. 사실 칠레 때도 농업대국 칠레랑 처음 FTA 체결했다고 해서 잡음이 좀 많았나. 캘리포니아 산 쌀, 싸고 맛나단다. 우리 쌀이 더 맛나겠지만 서도 가격에서 경쟁이 되지도 않겠지.

쌀뿐만이 아니다. 농산물 전체에 관세가 어느 정도로 줄어드냐에 따라서 농민들은 정말 평당 종이값도 안 되는 땅만 가지고, 그리고 이러저러한 부채로 그나마의 땅도 못 가진 채로 나앉을지도 모를 일이다.



요러면 진짜 좀 곤란하지. 덥썩 체결할 노릇도 못 된다.
왜냐. 정부는 저 농민들을 다 못 먹여 살린다. 막말로 저 농민들 일시에 폭동이라도 일으키면 어쩔 거냐. 원래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도 무는 법이니까 말이다.
그리고-_-단순히 소요 사태 정도가 아니다. 쏟아져 나오는 실업자와 고액채무자는 국가신인도에도 안 좋을 거고. 여러 모로 좋을 거 하나 없다. 서울역이며, 한남대교며 온통 경운기가 가로막든지 노숙자 양산된다든지 얼마든지 상상의 나래도 펼쳐볼 수 있지.

그러고보면 FTA라는 거는 산업 전반에 걸쳐 이루어지니까 이러저러 여러 산업 플러스 서비스 산업도 포함이 된다. 그러면 중소기업이나 서비스 산업도 위험해질 가능성 많지. 꽤 아주 많다. 언제까지 IT를 보호해줄 수 있을까. FTA 이후엔 혹시 어림도 없는 거 아닌가-_-? 대략 뭐 이런 시츄에이션.



그러나.
미국은 세다.
저거 저렇게 요구 들어오는데 사실 9년이나 버틴 것도 진짜 버틸 만큼 버틴 거다. 장하다고 해줘야 되는 건지도 모른다. 반도체 더 잘 팔리고, 조선, 철강, 자동차 더 잘 나간다면 솔직히 내가 정부 사람이든 국회의원이든 어쩔 수 없이 고개 끄덕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경기 풀어달라고 아우성 치는 것 또한 국민 아닌가.

그리고 미국이 어떤 나라냐.
솔직히 이거 반발하는 분들 중에도 미국이라면 껌뻑 넘어가시는 극친미파들 많을걸-_-

진짜 스크린쿼터가 마지막 제약이다 어쩐다 해가며, 지금껏 미뤄온 것만 해도 박수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보면 어때? 스크린쿼터 논쟁, 지금까지 정부가 잘 써먹은 것처럼 보이지 않나?

단지 음모론에 물든 내 생각일 뿐이야?






영화계의 입장.

솔직히 말도 안 되지, 갑자기 반으로 줄이는 건 반칙이다. 90~110일 이런 거면 그래도 혹 협상이라도 해볼까 했더니 뚝 잘라서 반이라니. 지금까지 아마 밀고 당기며 영화계도 시간도 벌고, 시장도 넓히고, 이것저것-영화감독이 잠시지만 장관도 했잖아-해볼 만큼 해보고, 재미도 볼 만큼 봤는데, 이거 갑자기 저쪽에서 페어플레이에서 벗어나는 짓을 해준 거다.


게다가 위기의식도 있을 거다. 전 같으면 한국 영화가 워낙 안 나갔거나, 잘 나가기 시작하는 무렵이라 지켜달라고-삭발까지 해가며 통사정을-해도 사람들이 호응을 해줬는데 이제는 관객 1000만 시대니 어쩌니, 왕의남자 잘 나가지, 연간 제작편수 호조지, 영화 산업에도 자금이 꽤 돌아가고, 영세한 곳까진 몰라도 거대 제작사, 배급사들은 쏠쏠할 때니까 호응도 전만 못 한 것 같고 말이지. 심지어 막 작품성도 인정 받아.(笑)


그래도 문화다양성 협약에 가입하신 대한민국 정부가 이러시면 안 된다, 이거다.
대한민국 영화 다 된 것 같아도, 영화는 영화예술인 동시에 영화산업이어서 거대 자본 헐리웃이 물량으로, 자본으로 밀어 붙이면 금세 밀릴 위험성도 충분하다. 헐리웃 영화 잘나가던 시절 유아이피 같은 회사 횡포 같은 거야 일일이 예 안 들어도 일반 관객도 알 정도 아니었던가.

그래도 정권퇴진은 웃기지. 정권 퇴진 운동 불사는 좀 오버 아니우?
이제라도 대표 딱 똘똘한 사람으로 정해서 정부랑 협상 딱 때리고 뭐 요런 모습 보여주면 장하다, 똑똑하다 요럴 것을..
왜 오버들은 하고 그러슈.














종합해서 이번 정부의 문제점은 또, 정말 지겹게 또, 요령 없음을 재확인시켜준 것.
아, 좀 터뜨리기 전에 사전조율 같은 건 생각해볼 수조차 없는 거야?
사학법 때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더니 정말 지겨워서 그 패턴 더는 참고 봐줄 수가 없다.
좀-_-정부가 정책 하나 밀자 하고 마음을 먹었으면 밑준비부터 철저하게 해서 이해관계 얽힌 집단들이랑 사전 조율도 좀 하고 이래 놓고 발표한 다음에 언론용 줄다리기 좀 하다가 협상으로 타결하는 예쁜 모습 보여주고 사랑받는 정부, 뭐 그런 거. 머리가 그렇게 안 돌아가나? 대체 임기가 몇 년짼데 여태 그거 하나 못해? 그렇게 인재가 없어?

자네들이 그러니까 괜히 386인지 486인지 욕먹는 거 아니냐. 요령도 없고 경험도 없으면서 오만하다고 말이지. 정부 잡고서 그저 밀면 다 밀리는 줄 안다고 말이지. 지금까지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뭐든 정치자금이 괜히 많이 필요했는 줄 아냐. 사학법 터질 때도 터진 다음에 종교지도자 불러다가 시행령 풀어준단 얘기 뒤늦게 하지 말고 터뜨리기 전에 좀 해서 잘 해봅시다 모드 형성 같은 거 그렇게 생각 못 하냐. 예전에는 그거 싸바싸바 하려고 돈 많이 들었다는 거 아니니. 이제 당신들이 먹었으면 싸바싸바는 하되 돈은 안 들인다는 멋진 모습은 못 보여줄 망정 돈은 돈대로 먹고, 일은 일대로 못하는 코미디를 연일 뉴스에서 확인하게 하지 말란 말이다. 그러니까 정신감정 필요한 야당 대표한테나 맨날 까이는 거야. 실제 사학법 몸통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이념 문제 얽어가지고.





미안하지만 영화계도 문제점 많아.


별로. 영화계도 설득력이 없었어. 밥그릇 지키기로 밖에 보이지 않게끔 행동하고들 있어.
사람들은 FTA 체결되서 경제 잘 나가면 스크린쿼터따위 금방 잊고도 남는데 그런 점에서 한국영화산업을 지키는 게 문화에 얼마나 기여하는 건지 전혀 설명을 못 하고 있다는 거야.
전에 우리 학회에서도 토론할 때 나 혼자 얼마나 열심히 설명했는데-_-그 때도 막판에나 가야 이해해주던데.
그거 어떻게 이해시키시려고들 그러셔.


에휴-_-몰라.

근데..

















장외투쟁은 언제 접는데?














by highenough | 2006/01/27 00:31 | == 잡담 == | 트랙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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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earendil의 AL.. at 2006/01/28 21:24

제목 : 스크린쿼터.
대개 스크린쿼터의 존속필요성에 대한 의문 내지 반박의 주류는 다음 중 하나, 또는 둘 이상의 조합입니다. 1. 이미 쿼터가 필요없을 만큼 한국 영화는 성장했다. 봐라, 현재 한국 영화가 얼마나 잘 나가고 있느냐. 2. 있어봤자 조폭영화, 거대자본영화만 좋은 꼴 보게 해주고 있잖느냐. 예술영화 보호하려면 다른 제도가 필요하다. 3. 영화계가 배부른 소리 하고 있다. 요새 안 힘든 데가 어디 있느냐. 왜 유독 자기들만 보호해달......more

Commented by ㅇㅇㅈ at 2006/01/27 22:01
우리 학회서 그런 문제도 도마에 올렸던가-_-?
내가 자리를 비운 때였나-_-a

아무튼, 양측에 대한 적절한 지적 훌륭하오.
나와는 이미 대개의 의견에 비슷한 양상을 보였으니, 나하고 말해봐야 재미없지-ㅎㅎ 그나저나 음모론, 더 심각하게 발전시킬 수도 있어야. 단순한 음모론이 아닐거라니까. 진짜.
조만간 영화티켓의 5%를 발전기금으로 하고자하는 안에 대해 입장 정리 부탁하오.
Commented by highenough at 2006/01/27 23:31
요청인 거야; 이 글 때문에 갑자기 블로그 터졌는데ㅋ
Commented by 행인1 at 2006/02/03 11:02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무개념] 입니다. 자기들이 어느 나라 공무원인지는 아는지 궁금하더군요.
Commented by highenough at 2006/02/03 15:02
행인1님 / 어제 100분 토론에서 정말 웃기지도 않더군요. 누구의 입장을 대변하는지 말입니다. 대한민국 정부의 입장 같지도 않고 말이죠. 미국의 입장이라면 또 모르겠습니다만. 그 분들은 어느 나라 사람인지 궁금하더군요. 그렇게 우리 영화에 그 어떤 애착도 없는 사람들과 발전적인 토론을 한다는 건 애시당초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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