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스크린쿼터 두 번째



저번에 정치적으로 양측의 입장을 정리해봤다면 이번에는 좀 축소 및 폐지론자들의 논리에 대한 반론을 좀 펴보련다. 물론 태클은 우리 영화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생각해봤다고 나름대로 자부하는 분들에게서만 받겠다. 우리 영화에 대해 아무런 애착도 없는 사람들과 스크린쿼터 축소 및 폐지 문제를 논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비생산적인 논의가 될 뿐이다.




1. 한국 영화, 스크린쿼터 믿고 한심한 영화나 만든다?


미안하지만 이 문제는 스크린쿼터와 함께 상의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논의의 본질을 흐리기 아주 좋은 소재라고 할 수 있다.

조폭 영화 같은 거나 만들면서 스크린쿼터 존속할 필요 있느냐고.
영화는 전에도 말했지만 산업이다. 관객이 안 들면 안 만들면 그만. 조폭 영화 꼴보기 싫으면 답은 명쾌하게 하나. 안 보면 된다.

거봐라, 스크린쿼터랑 상관 없지.



2. 한국 영화 안에서도 거대 배급사 횡포 있지 않느냐?

이것 역시 논의의 본질을 흐리는데 일조하는 문제로서 스크린쿼터랑 상관 없는 내용이라고 하겠다.

홀리데이를 보면서 느끼셨다시피 영화는 안 걸리면 끝이다. 이건 일종의 노블레스 오블리제랄까. 우리 영화 내의 문화 다양성 수준을 높이는 일이기 때문에 마이너리티쿼터 도입을 하는 것이 한 대안이다.

고로, 이것도 스크린쿼터랑 별 상관 없다.



3. FTA는 시대의 대세 아니냐?

시대의 대세 맞다.
여태 버틴 것도 실은 장하다고 전에도 그랬었다.

더구나 지금처럼 스크린쿼터 축소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른 협상카드가 없는 상황이라면 더욱 어쩔 수 없다고 밖에.


영화는 산업이자 문화요, 예술이다.
영화를 짭짤한 산업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미국뿐이다.

'영웅'이라는 영화가 미국에서 벌어들인 돈이 2004년 미국의 대 중국 무역수지랑 맞먹는다.
엄청난 고부가가치 산업 영화. 사실 내가 미국이라도 탐 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건 미국 사정이지. 우리가 봐줘야 할 사정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취할 이익을 생각해야지 먼저 그 쪽의 편의를 봐줘야 된다는 생각을 왜 먼저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농업 부문도 마찬가지다.
이 나라 정치인들 이점에서 비겁하지 않은가.

FTA가 더이상 거부할 수 없는 것이고 농업 개방이 불가피하다면 왜 솔직하게 농민들에게 고백하고 다른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 것인가.


그리고 FTA 체결이 무슨 지상과제인 줄로 아는 분들은..

FTA 체결하면 뭐가 좋은지 다들 잘 알고 하는 말씀들이신지?
이 나라에는 밀어야 할 산업이 제조업밖에 없습니까?
농업, 서비스업 뭐 다 좀 손해 나도 괜찮겠습니까?


그렇게까지 안 해도 지금도 우리는 대미 무역 수지 흑자인데요.



4. 영화인들의 집단 이기주의 아니냐?

톡 까놓고 말해서 그럼 당신은 당신 밥줄 끊기는데 반발 안 하게 생겼느냐는 얘기다. 이건 순전히 내 밥줄이 영화가 아니니까 터져 나오는 대로 주절대는 말 같지도 않은 말이다.

다들 제조업을 주로 하는 대기업에서 일하시나봐요?


대체 이 따위 파쇼적인 주장은 어디 구멍부터 나오는 걸까.
FTA가 체결되어서 정부에서 말하는 대로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치자. 근데 그렇다고 어떤 집단이 기꺼이 희생해도 좋다는 식의 사고회로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냐는 거다. 


피해 보는 사람이 없으니 집단 이기주의가 아니라는 말은 뭔가 단박에 수긍하기 힘든 궤변스런 냄새가 나긴 하지만 어쨌든, 집단 이기주의라니 말도 안 된다.





한 번 썼던 걸 날려서 심히 축소된 내용이지만 요는 이렇다.

영화는 안 걸리면 끝이다.
우리 영화가 점유율 78%인데 뭐가 두렵냐고?
우리 영화가 1년 약 7, 80편 제작되고, 헐리웃 영화는 수백 편 제작된다. 우리 영화는 만드는 데 약 4, 50억 들고, 헐리웃 영화를 수입하는 데는 저 돈의 반의 반의 반의 반도 안 든다.

사실이다.
이 상황에 같은 관객이 동원된다고 하면 당신이 돈 쥔 사람일 때 영화 제작을 할까, 수입을 할까?
우리 영화에 대한 지대한 사랑으로 제작을 하겠다고? 헛소리다. 만들어봤자 영화관에 걸릴 가능성도 거의 없다.

영화는 산업이고 예술이다.
그것도 그 나라의 문화를 총체적으로 반영하는 산업이자 예술이다.

그런 고로 스크린쿼터 73일 축소는 말도 안 된다.
100일대 정도면 또 모를까. 73일은 절대로 안 된다.



by highenough | 2006/02/05 01:59 | == 잡담 ==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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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말짜 at 2006/02/05 02:49
하이이너프님의 스크린쿼터 이야기(응?)는 참 속시원해요. 왜 그거 있잖아요. 술자리에서 친구에게 하는 것 같은 그런 이야기. 나랑 다른 생각이 좀 있어도 '아.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라고 고개 끄덕이게 만든달까요. ^^ 그나저나 73일 축소는 말도 안되죠. 첨에 그 말 듣고 얼마나 놀랐던지...저러니 반발이 극으로 치닫지; 박중훈이 인터뷰에서 한 말처럼 스크린쿼터는 유통에 관한 문제인데 사람들은 제작비쪽으로만 이해하려고 해요. 정부에서 4000억 지원하겠단 말은 제작지원이지 유통이 아니잖아요. 뭐랄까 참...답답해요.
Commented by highenough at 2006/02/05 03:21
말짜님 / 그렇죠. 말도 안 되죠. 전혀 수긍이 안 되잖아요.
4000억 지원 얘기도 전에 얘기했듯이 웃기는 얘기잖아요.
마이 답답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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