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掌편] 니노미야 카즈나리의 선택

축전 받은 것.





마츠모토 쥰 상, 미안합니다.
당신의 생일을 좀 더 멋진 준비된 글로 준비하고 싶었는데..

본디 준비하던 것이 있으나 마음에 들지 않아 이렇게 늦게나마 올립니다.

때는 에도 막부 말기..


오늘도 자기네집 지붕에 앉아서 그 의미를 잘 알 수 없는 시를 끄적이는 저 새우등의 청년은 니노미야 카즈나리.
덥다는 핑계로 나가기 생략, 하오리와 하카마만 입고 기와 지붕 위에 앉은 그 의상 한번 오묘하기 짝이 없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이 나른해 보이는 한량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리 일 주일 전부터 꽤나 고심하는 일이 있었으니..


바로바로 옆 동네 동무인 마츠모토 쥰의 생일이 다가왔으나 도무지 선물로 무엇을 줄지 정할 수 없는 것!


오늘 생일을 맞은 마츠모토 쥰이라는 그 청년은 오늘로 22살이 되는 용모 수려하고, 검술 출중한 사무라이로서 근방 성에 이 잘난 용모를 떨치고 있는 자라.

어디 얼굴뿐이던가.
올해 들어 사무라이로서 부끄럽지 않은 몸을 만들겠다 다짐을 하더니만은 부쩍 두꺼워진 갑빠로 무장하여 온동네 아녀자들의 허벅지에 밤마다 바늘 꽂히지 않을 날 없었더라.



그렇게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던 카즈나리의 눈에 띄는 광경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근 10년을 이웃으로 살고 있는 죽마고우-사실은 3살이나 많지만-오노 사토시의 광경이었던 것이라.

광경이라 하나 그냥 보통 광경이 아니었으니, 사토시의 누님 오노 미나 상께서 도장에 안 간 사토시를 아버님께 이르겠다는 협박으로 데려다 앉혀 놓고 여장놀이를 시키는 광경이었으니.

오호- 통재痛哉라.
멀쩡히 잘생긴 청년이 단지 허리 가늘고 어깨 얄쌍하다는 이유로-사실은 얼굴 곱상하다는 이유로-팔자에 없는 여장을 당하는구나.



그러나 자칭 시언詩彦 니노미야 카즈나리. 그 광경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으니 그 비상한 머리에 또 한 번 아으다롱디리한 지모가 떠올랐기 때문이리라. 지붕에서 단번에 가뿐하게 착지한 카즈나리.. 가 아니라 한번 삐끗했지만 어쨌든 꽤 훌륭한 착지로서 바닥에 닿은 카즈나리는 옆집으로 뛰어갔다.






"사토시, 사토시.."
"허.. 허엇..!!!!"
"놀라긴. 다 알고 왔어."
"니노미야 군, 안녕."
"안녕하세요. 사토시는 또 걸렸나봐요?"
"글쎄 그렇지 뭐야. 또 그림도구 파는 곳에 가서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걸 딱 데려왔지."
"어쩐지.. 그건 그렇고 오늘의 설정은 무엇인가요?"
"음.. 마츠리의 사토미祭りの智美 정도..?"
"호오.. 딱인데요."
"근데 무슨 일이니?"
"아, 그게요. 사토시 좀 하루만 빌려주세요."
"응?"
"내일 돌려드릴 수 있을 거예요, 아마."
"맨입으로?"
"음.. 그럼 무엇을.."
"아니야. 아버지께는 뭐라고 할까."
"저희 집에서 잔다고 해주세요."
"알았어. 잘 가렴~"




참으로 어이없는 대화 내용이지만 내용으로 보건데 두 사람의 싱크로율은 가히 9할대를 넘나드는듯 하구나.

이러거나 저러거나 여장을 한 사토시를 데리고 집을 나선 카즈나리는 얼굴 만면 미소를 띠고 마츠모토家를 향하는구나. 그 뒤에서 연보라색 유카타 차림에 게다를 신고 조분조분 걸어오는 사토시는 왜 하필 거기서 누나에게 들킨 것인지 속으로 스스로를 무지하게 자학 때리면서 따라 걷는디~

어째 도장에 안 간 것을 걸리기는 했으나 자신이 누나라는 사람의 손에 의해서 타인에게 양도된 이 명백한 상황의 부조리를 눈치 못 채고 있는 것인지 참으로 궁금한 사토시의 뇌구조가 아닐 수 없구나.





"여기야, 사토시."
"근데.. 나 왜 빌려왔어?"





어째 왜-가 궁금한 것인지.. 저 사람에게 이 상황의 부조리따위는 이미 안중에도 없는 모양인 게로다.
얄리얄리얄랑성 얄라리 얄라
그 누가 사토시의 뇌구조를 저렇게 만들었느뇨.
세상사 알 수 없으나 사토시의 뇌구조보다 더 하랴.





"내 친구 생일 선물로."






추가하겠는데, 카즈나리의 뇌구조도 그 다음은 감이로다.




그리하야!
드디어 연회 중인 마츠모토家 문전에 당도하였겄다.

요상스런 차림새를 한 카즈나리 덕분에 마츠모토家의 하인들은 단박에 제 주인의 동무가 온 줄로 알고 알아 모시니 오늘은 동행한 여인네의 뒷목에 그 눈이 아찔했다더라.









"쥰 군! 나 왔다."
"어이!"
"자, 선물!"






저 명색이 죽마고우인 사토시를 단 한 마디 말로 쥰에게 생일 선물로 넘겨버리는 카즈나리의 해맑은 표정을 보라. 어긔야 어강됴리의 저 표정. 실로 옹알이를 막 시작한 아가의 것과 다르지 않구나.


한 발짝 옆으로 비켜 선 카즈나리의 뒤에 서있던 사토시의 얼굴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잘 익은 모양이 흡사 여름날 잘 익은 자두같구나.






"고마워. 역시 너밖에 없다."
"내가 뭘.."
"근데.. 앞으로 쭉 내가 갖는 거야?"
"아, 하루만이야. 미안. 하루밖에 못 빌렸거든.."
"흠.."
"그 다음은 네 능력이지롱."





필시 이 일반적으로 수용하기 힘든 인간 선물 상황을 매우 당연스럽게 덥썩 받는 퐝당한 시츄에이션은 어디에서 볼 수 있느뇨.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카즈나리와 대화하는 족속들은 하나같이 이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구나. 옛말 하나 그른 것 없다더니 유유상종이라 함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인 것이로다.




"나 갈게."
"사토시! 나 내일 온다~"
"니.. 니노..! 나더러 어떡하라는 거야.. 중얼중얼.. 여기서 뭘 어쩌라고.. 구시렁 구시렁.."
"저.. 저기.."
".. 네?"






안 어울리게 머뭇거리고 있는 오늘 22살 된 마츠모토家의 쥰. 올해 들어 한층 두꺼워진 몸을 드러낼 때가 다가온 것을 본능적으로 느껴주는 게로구나. 에헤라디여~
진정 너의 생일은 동네 잔치로구나.





"저기 잠깐.. 안으로 가서 차라도 한 잔.."





목소리가 퍽 낮은 고로 남자임을 순간 의심한 쥰이었으나 뛰어난 비주얼로 사운드를 커버해주시는 사토시의 뛰어난 능력에 고개를 쳐들던 의심은 자취를 감추다 못해 꽁무니를 빼고 달아나는지라.





"저.. 저.."
"일단 들어가시죠.."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피끓는 20대 초반의 청년 마츠모토 쥰은 문을 철컥하니 걸어 잠그고 모든 도주로를 차단하니 그는 일견 20대 초반답지 않은 용의주도함과 통찰력인 게다. 이 상황에도 멍하니 벽에 걸린 그림을 쳐다보는 사토시의 뒷목과 아주 살짝 드러난 어깨가 청년 마츠모토 쥰의 애간장을 녹이나니 오직 이 사람 할 말은 부디 마츠모토 쥰 상, 잘 차려진 사토시를 사뿐히 즈려드시옵소서.





"허걱.. 나.. 남자앗..!!"






눕혔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었나니 이 또한 천지신명이 점지한 운명인 고로 받아들일지어다. 무어, 받아들이고 자시고 할 것 없이 그저 청춘이란 흘러가는 대로 두면 알아서 성사되기도 하는 것. 한 마디로 위 증즐가 대평성대.






뭐 그 뒤로는 쥰이가 직접 자주 사토시를 대여해갔다나 어쨌다나..






































===========================

죽여주세요.
그저 이 못난 망상 인생을 죽여주세요;

by highenough | 2005/08/31 01:12 | *嵐* | 트랙백 | 덧글(4)

트랙백 주소 : http://highenough.egloos.com/tb/546409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구찡 at 2005/08/31 15:28
머릿속에 중국과 일본 한국의 고대복식이 죄다 뒤엉켜서 장지문으로 희미하게 햇빛이 들어오는 어두운 방안의 상황이 떠오릅니다. 저는 힘들때면 [요정님 도와줘요!]를 외쳐야할 것 같아요. 쥰 생일인데 왠지 제가 선물받는 기분으로 보았습니다. 즐거워요:D
Commented by highenough at 2005/08/31 19:25
구찡님 / 사실은 정말 한참 전부터 준비하던 것이 있었는데 통 마음에 안 들어서요.. 그래서 소설이라는 말만 들어도 괜히 찔려서는..(그래놓고 이렇게 날림허접입니다-_-;) 게다가 늦기까지..-┌ 고개를 들 수가 없군요. 그래도 즐겁다고 해주시니 영광입니다.(쳐운다)
Commented by 메이링 at 2005/08/31 20:08
하하하 그 뒤의 상황이 보고 싶습니다! (탕탕;) 그나저나 요정님은 못 당해요; 후후후후;;
Commented by highenough at 2005/08/31 20:47
메이링님 / 요정냥이야 뭐.. 말할 것도 없다죠.(笑) 그 뒷상황은.. 뭘까요..(먼 산) 당분간 19금은 자제할 생각이라서..(과연?)

:         :

:

비공개 덧글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